깊고깊은 밤의 긴 대화
추석을 맞아 고향에 성묘를 갔었다. 지난 추석이 마지막일 것 같았던 선산 황산 묘역에서의 성묘가 한 해 더 연장된 것이다.(미사지구 보금자리 주택이 고향땅에 들어서게 되어 고향을 잃었고,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선산과 묘역마저도 여주로 이전해야 한다.) 9월 이내에 마지막 일부 묘역까지 공사를 하게 된다고 하니, 이번 성묘가 선산에서 가지는 (진짜) 마지막 성묘가 된 듯하다.
성묘를 마친 후에 집사람과 며느리, 그리고 두 손녀딸과 함께 퇴촌의 동생네 집에 들렀었다. 그곳에서 세차도 하고, 밤을 줍기도 하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느라 저녁 무렵까지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졸기도 하고... 어느 새 자정이 가까웠다. 그 때 페이스북을 살펴봤는데, 아는 분이 쓴 글이 올라와 있다.
강릉의 조규명 선생이다. 예전 이글루스키동호회의 장비.
하필 휴일에... 병원에 마땅한 의사가 없어서 서울로 환자인 아버님을 앰뷸런스로 모시고 오게 된 듯하다. 아산병원이라면 우리 집 천호동에서는 넘어지면 코닿을 듯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가보기로 했다. 아래 글도 보았다.
전화 연락을 하니 응급실이라서 그런지 조 선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 return call이 왔다. 그래서 아산병원 응급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병원에 가니 어머님이 함께 오셨고 응급실엔 보호자 한 사람만 들어가게 하는 규정이 있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 그라인더(밀)가 있는 곳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역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 초당이다. 아산병원은 우리 집과 방이동의 초당 2/3 선상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니 병원에서는 초당이 훨씬 더 가깝다.
원래 초당엔 자동 커피 머신이 있지만 페북 포스팅에서 그라인더를 찾은 조 선생을 위하여 사진 오른편에 있는 칼리타의 주물 그라인더를 사용하여 조 선생이 가지고 있던 커피 원두를 분쇄하고 중간에 필터가 있는 차 우리는 도구로 차를 만들었다.
그렇게 초당의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조 선생의 고향 강릉에 관한 얘기며 조 선생이 종사하는 커피 산업 분야에 관한 얘기며, 스키 얘기며... 아주 재미있고도 유익한 대화였다.
조 선생은 레이저텍의 비접촉식 온도계로 물 온도를 재는 나를 재미있어 했다.^^ 역시 조 선생이 종사하는 분야인 커피 얘기를 들으니 참 재미있다. 강릉에 400여 개의 커피점이 있는데 그 중 250개 정도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취미 삼아 집에서 커피점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하니 강릉은 역시 우리나라 커피의 본향처럼 된 듯하다. 언제 한 번 강릉에 있는 조 선생의 동진교역에도 들러 그곳도 구경해 봐야할 것 같다.
나중엔 조명을 끄고, 램프 불을 밝힌 후에 음악을 집중해서 듣기도 했다. 페친인 가수 박준희 씨가 20대에 낸 LP판도 돌려보고, 박준희 씨가 20여년이 지나 다시 발매하고 있는 새 CD My History도 비교해 가며 듣기도 했다.
우리 둘인 그렇게 새벽 세 시까지 열심히 떠들었다.^^ 내가 초당에 12시가 넘어서 온 일도 없거니와 그처럼 늦게까지 그곳에 있었던 일도 없었으니 이 날은 참 특별한 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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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동진교역의 연락처이다. 진짜 좋은 프리미엄 커피들을 쉽게, 절대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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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곤이는 규명 씨와 연락을 하고 있었구만...^^
근데 저 얼굴이 전보다 많이 야윈 거라고???
믿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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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 분이시네요. 반갑습니다.
강릉이 커피와는 전혀 무관한 곳인데 언제부턴가 커피로 유명한 도시가 됐습니다.
주문진에서 강릉까지 해변으로 달려보면 온통 커피숍만 보이고, 특히 강릉항이 있는
안목해변은 커피거리로 바뀌었더군요.
강릉의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경제도 침체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새로운 커피 산업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좀 더 활성화된 도시로 변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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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통화하는 규명아우를 보니 반갑네.
근데 얼굴이 전 보다 많이 야윈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