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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
2013.10.17 21:39

추억에 대한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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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들은 더 강하게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다는 걸 터득하고도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태양이 뜨는 걸 보는 마음이 예전과 달리 두려움이 된다.

2013년도 이제 두 장 반의 달력만 남겨 두었다. 또 다시 새로운 모험을 향해 등 떠밀리는 두려움이랄까, 그런 부담감이 서서히 가슴 밑바닥부터 자리를 잡는다.

얼마쯤 짐짓 여유를 부려보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이란 형체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여전히 바람 한 올에도 힘없이 날리는 낙엽 되어 물결에 내 모습 비추어 본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런 현상들은 더 강하게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다는 걸 터득하고도 피할 방법은 없다.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추억에 대한 소묘

 

한사 정덕수

 

가장 흔한 아름다움

늘 그런 모습이지만

예외도 있겠지

 

물길 가는 데로 두어도 좋을

굳이 길을 열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유로운 흐름이건만

늘 그런 것만도 아니다.

 

신선하지 않게 늘

역류하는 모양 거슬린다만

한계점인지

그 어느 시절로 가곤 한다.

 

끊을 수 없는 인연

거기 사는가 싶다만

만나지질 않는데

공작을 하기 위한 반죽

비릿한 경험 같은

슬픔의 길인가 싶어서

 

살며 문득문득 만나지는

빛의 틈으로 혓바닥 날름거리는

짐승처럼 소름끼치는 관념의 끝

그만, 자지러지게 돌아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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