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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3, 금] 여주 양자산 등산(주어사지 방문)

 

 

여주 산북면의 양자산(楊子山, 710m)을 주어리마을회관 앞 등산로를 통해 올랐다. 원래는 양자산-앵자봉(鶯子峰, 670m)의 연계산행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자산을 오른 후 앵자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즉흥적으로 예정을 바꿨다. 앵자봉은 전에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의 관음리 쪽에서 올라가 본 일이 있기에 앵자산 기슭의 한 향토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일어 산행 경로를 바꾼 것이다.

 

양자산이란 이름은 북동쪽 남한강 건너 양평(楊平)과 관련된다.원래 양평군(楊平郡)은 양근과 지평 두 군(郡)을 합병한 것으로 버드나무 양(楊)과 평평하다는 평(平)이 합쳐진 지명인데, 평평한 들판에 수많은 버드나무를 가진 지역이라 붙은 이름이다. 양평에서 남쪽을 보면 큰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고 그 위에 산이 있어서 이를 버드나무 양(楊) 자에 아들 자(子) 자를 붙여 산 이름을 정했다는 것이다.

 

양자산은 버섯과 도토리로 유명한데, 이 산을 찾은 등산인들이 더 좋아하는 건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의 풍경이다. 그게 매우 수려(秀麗)하기 때문이다. 정상의 여주쪽 전망대는 양자산에서 뻗어나간 앵자봉을 빼면 보이는 게 별로 없지만, 광주쪽 전망은 꽤 괜찮다. 거기는 왼편 상단 남한강의 섬인 대하섬, 거북섬과 더 멀리에 있는 양수리가 보인다. 대하섬 앞 운심리와 그 아래 왕창리, 동오리, 항금리는 물론 오른편의 성덕리와 전수리 등도 보인다. 운심리 왼편 위쪽은 수청리이고 강건너 맞은 편은 대심리이며, 그 위쪽 청계리 위로는 청계산이 보인다. 그리고, 수청리 앞을 흐르는 남한강물은 곧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팔당댐을 거쳐 한강으로 흐른다. 이런 풍경을 보며 산행할 수 있는 곳이 부근 양자단맥과 앵자지맥이다. 

 

양자산 능선을 타던 중 주어재에서 마음을 바꿔 방문한 곳은 앵자봉 기슭의 폐사지(廢寺址)인 주어사(走魚寺)였다. 2009년에 수차에 걸친 발굴조사 후 발굴보고서가 출간되기도 했던 17-18세기에 창건된 절이다. 이 절은 한국 천주교가 태동한 장소로 유명하다. 퇴촌면 우산리의 천진암(天眞菴)에서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나 최초의 천주교도 중 하나인 정약용 선생의 글에 천진암은 1779년을 전후로 폐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어사의 경우 프랑스의 선교사 달레(Claude-Charles Dallet)의 "조선 교회사"에 의하면 주어사에서는 1777년에 성호학파의 좌장 권철신의 주도로 한역서학서(漢譯西學書)의 강학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한국 천주교가 태동했다고 한다. 다른 기록은 그 강학이 1779년에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어쨌건 1779년 전후로 폐찰된 천진암에 비해 주어사는  정약용의 동생 정약전, 김원성, 권상학, 이총억, 이벽이 권철신 주도의 강학에 참가했다는 것을 사실(史實)로 보여준다. 천주교 태동지에 대한 판단이야 전문가들에게 맡길 일이긴 하지만...

 

경기도 촌놈인 내가 기억하기로는 여주군 금사면 하품2리였던 이 동네는 현재 여주시 산북면 주어리로 마을이름이 변경되었는데, 이 마을의 이름이 지금은 폐사지만 남은 이 절에서 왔다고 하겠다. 주어(走魚)는 “물고기를 따라간다”는 말이다. 주어사를 창건한 스님이 절터를 구할 때 잉어를 따라가 보라는 꿈을 꾸고 개울을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를 따라가다가 이 절터를 만난 것이라 한다. 

 

원래 양자산에서 나는 질 좋은 자연 버섯 산지이자 표고버섯 재배 농사를 짓던 하품2리는 그 이름 때문에 버섯 판매에 지장을 받았다고 한다. 멀쩡한 버섯이 하품(下品) 취급을 받아야하니 동리사람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던데...^^ 원래 금사면 시절의 하품1리와 2리 시절에도 바로 옆에 상품(賞品)으로 발음되고, 의미도 “질좋은 제품”인 더 나은 이름의 상품리(上品里)가 있었다. 다행히 금사면의 일부가 떨어져나와 산북면으로 승격되면서 명품리와 주어리로 개명을 했다. 그게 하난 명품리(名品里)가 되고 또하난 하품리(下品里)로 남지 않은 게 큰 다행이다.^^ 명품리가 더 나은 작명인 것 같지만, 주어리도 만만치 않다. 영어에서 보석을 의미하는 주얼리(jewerly)와 비슷하니 말이다. 주어리의 표고버섯 농사는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주변의 “상호리 버섯마을”과 같은 상자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궁금했던 폐사지를 방문한 것은 좋은데 원래 계획했던 양자산-앵자봉 종주를 않고 주어사지로 갔으니 나중에 다시 하다만 종주를 해야겠다. 원래 이 종주 산행로의 길이는 10.6km인데, 난 이날 주어사에 가기 위해 주어리 임도를 걷는 바람에 5시간 44분에 걸쳐 14.83킬로미터를 걸었다. 그리고 1,639킬로칼로리를 소모했다. 솔로(solo 혹은 홀로) 산행의 장단점은 각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과 너무 즉흥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32도에서 36도에 이르는 땡볕에서 나름 보람있는 산행을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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