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57 추천 수 0 댓글 2

오래 전 일이긴하지만 

한두달 정도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왜 다녔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동네 친구들이 다녀서 따라 다녔을 수도 있고, 

필기 시험보다는 실기 평가가 중요했던 미술 점수를 잘 받기 위함에서인지, 

아니면 정서적 안정(?), 이런 이유로 미술 학원을 다녔던 건지...

 

미술학원이 으레 그렇듯 한쪽 벽으로 석고상들이 진열(?)되어 있고 

석고상 주변에 학원생들이 연필로 그려낸 소묘(데생)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색이 들어간 그림보다 연필 하나로 그려낸 그 그림들에 눈이 더 갔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학원 선생님은 그런 소묘를 연필의 선,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것이라 설명하시면서

연필 선을 하나하나 만들어 내고

어떤 부분은 지우개로 꾹꾹 눌러 찍어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지울듯 말듯 스쳐지나며 

선이 만들어 낸 부분에 음영을 넣어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위대한 작품이었습니다.

 

당시의 기억이 강렬했던 건지 

어딘가에서 우연히라도 연필로 그려낸 그림을 보면 

연필 선을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 선 참 멋지다...대단하다...'

 

도시를 바라볼 때 스카이라인이라는 실루엣이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선과 음영이 주는 멋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으로부터 느껴지는 감동이나 아름다움이 많기도 하지만

그런데 일상에서 더 밀접하게 만나는 선은 

소묘나 스카이라인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다르고, 

모든 것이 무선(wireless)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V장 밑으로, 컴퓨터 책상 밑으로 엉키고 꼬인 선들을 보면

복잡한 마음 속 어딘가에 꼬인 선 한뭉탱이를 더 얹어 놓은 느낌입니다. 

마음 속 선들은 소묘나 스카이라인 같지 않고 

잘라버려야 겨우 끝을 알 수 있는 그런 선처럼 꼬여만 가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다 정리하다 여전히 정리가 안된 채 

덮어 둔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책상 밑 꼬인 선들을 보며 

인상쓰는 제 모습을 정리하고 싶어서 선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남깁니다.

머릿속 선들은 조금 정리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ㅎ

 

photo_2021-03-02_18-56-04.jpg

 

photo_2021-03-02_18-56-02.jpg

 

Comment '2'
  • ?

    요즘은 대학 입시에 석고상 연필 소묘를 과목에 넣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제가 미대에 지원하던 80년대에는 거의 모든 미술대학교의 공통 필수 실기 과목이었습니다. 점수 비율도 최소 30%나 되었기에 연필 소묘를 못 하면 다른 두 과목(수채화나 색채구성, 수묵화 같은 전공실기, 학력고사+내신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으면 명문이라는 미대 가기는 힘들었죠.

    그런데 당시 그 실기 환경이 꽤 불공정했습니다. 높으누받침대에 얹은 석고상 하나에30~40명이 추첨으로 받은 자리에 몇 줄로 앉아 그려야 해서 아주 옆면이거나, 역광이거나, 정면광이거나 맨 뒷자리에 뽑히면 어지간히 실력이 좋지 않고서는 잘 그려내기 어려웠거든요. 주어진 3시간이 1년을 결정하는 잔혹한 환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불공평한 시험 환경에 대한 불만이 있는 데다가 창의력보다는 묘사에 치우치고, 심지어 실력이 안 되는 학생은 그림을 외우게 해서 그리는 폐단까지 나와 결국 입시에서 석고 소묘는 거의 폐지가 된 겁니다. 석고상이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서양 고전 작품들이다 보니 학생들이 그리는 인물이 서양인 모습을 닮아간다는 문제도 있었고요.

    저는 소묘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당시 워낙 많이 그리다 보니 (약 3년을 매일 한  장 꼴로 그렸으니...)지금도 그 때 붙은 서양인 비슷하게 인물을 그리는 버릇이 남아 있습니다. -_-;

     

    한 달쯤 된 그림입니다. 

    20210113_144656.jpg

     

  • ?
    임시후 2021.03.19 11:01

    와~~~~~~~~~~~~~ 

    이런 능력이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신 글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첨부해 주신 이미지를 본 순간...읽었던 글들은 잊고 눈망을을 한참 보았네요. 

    눈동자 안에 창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일까요...?
    별 내용 없는 글에 이렇게 소중한 댓글과 멋진 이미지 너무 감사합니다. ^^


자유 게시판

누구나 분야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46 "바람의 검심" [NETFLIX : WATCHA] 3 유신철 2021.09.27 375 0
445 추석 연휴,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2 file 임시후 2021.09.15 321 0
444 직접 만날 수 없는 그녀 - 본캐:디자인연구원, 부캐:패션모델 file 임시후 2021.09.03 463 0
443 죽어라 밟아도 뻗는 자를 이길 수 없다. feat. 사이클 임시후 2021.08.06 400 0
442 와인에 사이다... 임시후 2021.06.18 314 0
441 스마트폰을 치우면 임시후 2021.06.06 275 1
440 65세 이상 핸드폰 통신비 폭탄 8천원대 요금제로 막는 방법 file 김민영 2021.05.26 315 0
439 팟캐스트 추천 - KBS 라디오 극장 임시후 2021.05.25 193 0
438 하늘, 요즘만 같으면... file 임시후 2021.05.11 245 0
437 네스프레소 배송비 무료 (4월 22일~5월 6일) 임시후 2021.04.27 320 0
436 아이폰에 데이터함께쓰기 할때 file 김민영 2021.04.07 2793 0
435 밟지 말아보세요. (렉서스, 반자율 주행) 임시후 2021.04.06 535 0
434 뉴 암스테르담. ( 에릭 맨하이머의 내 인생의 가장 뜨거운 순간들.) 2 file 임시후 2021.04.03 1098 0
433 샤오미 미밴드 5. 놀랍도록 정확한 수면 시간 체크 2 임시후 2021.03.26 543 0
432 아이피타임 IPTIME 무선 공유기 나스(NAS) 서버 만들기 2 임시후 2021.03.14 626 0
» 선...wire, 라인 line...Wireless 2 file 임시후 2021.03.02 357 0
430 만보 걷기...2,500 걸음 빼드립니다.~ 4 임시후 2021.02.09 367 0
429 올해는 맘 편히 다녀오고 싶은...제주 2 임시후 2021.01.10 421 0
428 정경심의 범죄 행위가 밝혀졌습니다. 12 file 상식 2020.12.24 1218 3
427 아이폰 듀얼심 쓰며 느낀 점 file 김민영 2020.11.10 996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